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3월 명성황후가 머물던 경복궁 건청궁을 예고 없이 찾은 직후 대통령비서실이 해당 공간에 비치된 왕실 공예품 대여를 직접 문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는 2023년 3월 6일 궁능유적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건청궁의 공예품을 빌릴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건청궁에 전시된 물품들은 진본이 아닌 국가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전시 목적으로 제작한 재현품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그 전날인 3월 5일, 별도의 연락이나 절차 없이 경복궁 건청궁을 방문했다. 건청궁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집무·생활공간으로 일반 관람이 제한된 구역이다.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은 궁능유적본부 측은 “건청궁 생활상 재현 전시용을 제외한 일부 공예품에 한해 대여가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같은 달 14일, 궁능유적본부로부터 △보안 2점 △보함 2점 △주칠함 2점 △백동 촛대 1점 △사방탁자 2점 등 총 9점을 대여받았다.
당시 대통령실이 보낸 공문에는 ‘대통령실 주최 국가 주요행사용 물품 전시’, ‘한국 문화의 우수성 홍보’ 등이 대여 목적 및 활용 계획으로 적혀 있었지만 실제 전시 장소는 문서에서 삭제돼 확인이 불가능하다.
공예품 가운데 보안은 어좌(임금의 자리) 앞에 두는 탁자로 왕실 인장인 어보를 올려두는 용도로 쓰였으며 보함은 옥새 등 왕실의 상징물 보관함이다. 주칠함은 왕을 상징하는 붉은색 칠을 한 상자로 궁궐에서만 사용된 의례용품이다.
김준혁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옥새부터 시작해서 임금을 상징하는 물품들, 백동 촛대 이런 것을 관저로 가져갔다”며 “진본과 똑같이 해서 국민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인데 이것을 김 씨가 사적으로 가져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