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주 선언’과 함께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굵직한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할 만한 정상 간 합의와 세계적 화제를 낳은 결정적 장면을 정리했다.
첫 번째 인상적인 장면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양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한 세부 의제에 합의했다. 양국은 회담 당일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분할 투자 및 연간 투자 한도 설정에 대한 접점을 찾으며 전격적인 타결에 성공했다. 다만 30쪽 안팎의 양해각서(MOU) 체결 시 한국의 사업 선정 관여권을 보장하고, 투자금과 납입 시기를 유리한 방식으로 조율하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원자력잠수함(원잠) 건조 승인을 받아낸 것도 김영삼 정부 이후 30년 묵은 ‘안보 숙원’이 해결될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에서 8번째로 원잠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잠수함 건조 지역, 미국 원자력법을 우회하기 위한 특별법 통과에 걸리는 시간 등은 추가 협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엔비디아 수장인 젠슨 황 CEO의 방한도 연일 화제를 몰고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깐부 회동’을 한 그는 인공지능(AI) 동맹을 통해 국내 4개 기업에 총 2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하기로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광범위한 경제 협력을 약속하며 관계 복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통령실은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한한령(한류 수입 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