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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파묘'와 '범죄도시4'가 잇따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의 부활'을 알렸던 기세가 불과 1년 만에 차갑게 식었다. 올해 극장가는 단 한 편의 천만 영화도 배출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1년 이후, 매년 한 편 이상의 천만 영화가 등장하며 시장을 견인해왔던 '천만 흥행 공식'이 4년 만에 깨진 셈이다.

2022년 '범죄도시2'(1,269만), 2023년 '범죄도시3'(1,068만)와 '서울의 봄'(1,312만), 그리고 2024년 '파묘'(1,191만)와 '범죄도시4'(1,150만)까지. 지난 3년간 극장가는 이른바 '텐트폴' 영화들이 기둥 역할을 하며 극장가를 지켜왔다. 하지만 2025년은 상황이 달랐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시청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꼽을 수 있다. OTT 플랫폼이 완전히 일상화되면서 관객들은 이제 "기다리면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학습 효과를 갖게 됐다. 과거에는 온 가족이 극장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한 여가 활동이었으나, 이제는 OTT 한 달 구독료보다 비싸진 티켓 가격이 관객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올해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인 '좀비딸'(약 563만 명)이나 봉준호, 박찬욱 등 거장들의 기대작 '미키 17', '어쩔수가없다'가 300만 명 선에 머문 것도,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설득하지 못하면 관객은 차라리 OTT 공개를 기다리는 '선별적 관람'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흥행 부진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제작된 이른바 '창고 영화'들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에서, 신규 투자 위축으로 인해 새로운 영화 자체가 제작되지 않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제작비 상승과 OTT로의 인력 유출로 인해 영화계의 허리를 지탱하던 중급 영화들마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범죄도시5'를 비롯하여 나홍진 감독의 '호프',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등 거장들의 신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다시금 '천만 시대'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이제 관객은 더 이상 영화의 이름값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극장 관람료 체계의 현실화 등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2025년의 '흥행 가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뉴 노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