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러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생산 기반을 활용해 '참붕어빵'을 출시하며 초코파이 중심이던 제품군을 파이·젤리·비스킷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오리온은 "참붕어빵은 러시아 1·2위 유통그룹 입점이 확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러시아 2위 유통그룹 텐더(Tender)의 할인점 '텐더 하이퍼'와 슈퍼마켓 체인 '마그닛'·'딕시' 등 약 2만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내년 초에는 러시아 최대 유통그룹 X5 산하 대형 슈퍼마켓 '삐쪼르치카' 1만5000여 개 매장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텐더'는 볼가강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과 남부권에서 영향력이 큰 러시아 2위 유통 그룹으로, 최근 러시아 전역으로 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X5'는 수도인 모스크바를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72개 지역에 유통망을 갖춘 러시아 최대 리테일 그룹이다.
출시 초기임에도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입점이 빠르게 확대된 배경에는 오리온이 현지에서 20년 넘게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와 K컬처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대표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을 현지 취향에 맞춰 구현한 점이 바이어와 소비자 모두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텐더에서 참붕어빵을 시식한 소비자들은 "촉촉한 케이크 속 떡 식감이 이색적이다",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패키지와 빵 모양이 귀여워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5점 만점에 평균 4.9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러시아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참붕어빵을 현지화했다. 잼이 들어간 빵과 과자를 차와 함께 즐기는 러시아 식문화에 착안해 부드러운 케이크 속에 밀크 크림과 오렌지 잼을 조합하고 쫄깃한 떡을 넣은 '참붕어빵 밀크·오렌지맛'을 개발했다. 제품명은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글로벌 브랜드 '붕고(Bungo)'로 정했다. 패키지에 '참붕어빵'도 한글로 표기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 '붕고(붕어를 사랑한 고양이)'도 함께 넣어 친근함을 더했다.
오리온은 2003년 러시아 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 사업을 확장해왔다. 2021년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23년부터는 파이·젤리·비스킷 제품군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러시아 매출은 전년 대비 47.1% 증가한 237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