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삐 풀린 먹거리 물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수년째 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진 데다 기후변화를 빌미로 농산물 가격마저 널뛰기를 반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통 기업들이 부당한 이익을 챙긴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인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예고 없이 단속에 나서면서 유통업계 전반으로 물가 인하 압력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빵값의 원가'를 이루는 밀·설탕·달걀 등 식품 원재료 시장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날 공정걸위원회는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이들 업체가 가격을 사전 협의하거나 출하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밀가루는 빵·라면·과자 등 주요 가공식품의 기본 원재료로,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이번 공정위의 전방위 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식료품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 시점은 2023년 초인데, 그 시기부터 왜 오르기 시작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가 통제 역량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가격 조정 명령도 가능한가"라고 연이어 질문하며 공정위의 적극적 개입을 주문했다.
이후 공정위는 원재료 시장의 경쟁 실태와 유통 구조, 가격 담합 여부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단순히 개별 품목의 담합 여부를 넘어서 유통 산업 전반의 '묵시적 카르텔'이 생활물가를 왜곡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