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직전 '개별임무 지시 문건' 등을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고,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뒤 '해제 국무회의를 하자'는 건의를 "기다려보자"며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내란특검팀은 공소장에 1970년 공직에 입문한 한 전 총리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 비상계엄, 1979년 10·26(박 전 대통령 시해 사건) 비상계엄,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 등을 경험하며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도 기존의 친위쿠데타같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오히려 합법적인 외형을 만드는데 적극 관여하며 내란에 동조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 전 대통령과 일부 국무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고, 지금 있는 국무위원만으로는 부족해 더 불러 정족수(11명)를 맞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당시 대통령실에는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있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등을 통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재명 정부에서 유임),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 6명에게 대통령실로 신속히 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가 예정된 밤 10시까지 추가 호출한 국무위원들이 도착하지 않자 한 전 총리는 송 장관에게 직접 연락해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라고 재촉했다.
또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받았고, 국무회의 개의를 기다리며 이를 주변인들과 둘러보며 논의했다. 이러한 과정은 용산 대통령실 CCTV에 포착됐다.
이후 10시 17분 국무위원 11명이 모여 정족수가 채워지자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계획을 '통보'했고, 10시 27분 긴급 브리핑을 열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실질적인 국무회의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계엄 선포 이후 한 전 총리는 '의사 정족수를 채운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만들기 위해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에서 같이 모여서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무위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 이후 한 전 총리는 이상민 전 장관과 함께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읽으며 16분간 대화를 나눴다. 그는 또 조태열 전 장관이 수령을 거부하며 두고 간 대통령 지시사항을 대신 챙겨 들고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계엄사령부 포고령 ▲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 등 문건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지시사항 문건은 폐기돼 실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