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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김건희가 구속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된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나토 순방 목걸이 관련 거짓진술 등 다양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이 84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구속 의견서를 제출하며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인 결과였다.

오랫동안 김건희 관련 의혹들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던 상황을 생각하면, 이제야 구속이 이뤄진 것에 속이 시원한 면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이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김건희 비리를 오랫동안 덮어온 검사들의 범죄는 아직 본격적으로 규명되거나 단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특검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만약 특검이 없었다면, 김건희는 지금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시해야 할 냉혹한 현실이다.

윤석열 정권을 관통하는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을 나열해 보자. 김건희 국정농단, 채해병 순직 사건, 고발사주 사건, 검언유착 사건, 조국 사건, 이재명 관련 각종 의혹, 대장동 개발 사건, 저축은행 사건... 이 모든 사건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바로 '검찰의 수사·기소·불기소권 남용'이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이나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수사권을 남용하고, 기소해야 할 사건은 기소하지 않고 기소하지 말아야 할 사건은 과도하게 기소하며, 증거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수사를 벌여온 것이 모든 문제의 뿌리다.

김건희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이제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가? 그동안 이 사건들을 덮어온 검사들의 행위 자체가 범죄가 아닌가?

조국 사건은 어떤가? 검찰은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에 대해 그야말로 '전방위적' 수사를 벌였다. 자녀 입학과정에서의 미미한 의혹부터 시작해서 사모펀드 투자까지,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수사는 과연 적절했는가? 반면 비슷한 의혹을 받은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관대했는가?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검찰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수사체계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과거사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기소·불기소권 남용 범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그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 왜 재판 개혁이 필요한지 납득할 수 있다.

현재의 검찰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어떻게 정치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는지,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받았는지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만 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면 논의가 나올 때마다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범죄자를 사면한다"는 식의 공격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그렇다면 조국·정경심 사건에서의 검찰 수사권 남용에 대해 특검을 해보자"고 역공을 취해야 한다.

조국 사건이 정말 공정한 수사였는지,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과도한 수사를 벌인 것은 아닌지, 증거 조작이나 수사권 남용은 없었는지 철저히 밝혀보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조국 사면에 대한 비판을 오히려 검찰 개혁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