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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북한 오물풍선 원점타격 지시에 합동참모본부가 조직적으로 저항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8일 월요일 새벽 김 전 장관은 북한 오물풍선이 남하한 상황과 관련해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을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확고한 대비태세"를 하달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에게 북한 풍선 대응 계획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북한 풍선이 또 날아오면 '상황 평과 결과 원점타격이 필요하다'고 보고하라. 그러면 내가 지상작전사령부에 직접 지시하겠다"는 식의 지시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은 "내가 지시한 것을 합참의장에게는 보고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에 이 본부장은 "원점타격 이전에 반드시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까지 보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동시에 유엔사에도 통보해야 한다"며 반대했지만 김 전 장관은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이 본부장은 장관의 지시와 달리 이런 사실을 직속상관인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보고했고, 김 의장도 우려를 표명하며 원점타격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과 이 본부장은 또, 만약 장관이 원점타격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합참과 예하부대 간 화상회의를 끊고 결심지원실(합참 지하 전투통제실 내 공간)로 이동할 것을 건의한 뒤 국가안보실과 공유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화상회의에서 장관이 작전부대에 원점타격을 직접 명령하는 것을 일단 차단한 뒤, 국가안보실을 끌어들임으로써 상황 변화를 모색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김 의장은 금요일인 같은 달 22일 김 전 장관을 찾아가 원점타격 계획에 대해 반대했고, 이에 장관은 화를 냈다. 두 사람이 오물풍선 대응과 관련해 설전을 벌였고, 김 전 장관은 김 의장에게 모욕적 언사도 했다는 소문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8시쯤 비화폰으로 북한 오물풍선이 남하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합참 본부장들이 지연보고 했다고 질책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원점타격의 호기로 생각했다는 게 합참 내부의 판단이다.

김 전 장관은 1주일 뒤인 11월 29일에는 이 작전본부장이 아침 보고를 할 때 '원점타격 관련 지침'을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본인이 지시하면 신속히 타격할 수 있는 간단한 계획을 원했다.

그러나 합참은 오히려 시행 절차를 더 복잡하게 바꿨다. 국방부와 합참뿐만 아니라 작전 지휘관들까지 함께 논의하고 승인을 받은 뒤 유엔사에 통보하는 등 단계를 더 늘린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이튿날인 11월 30일 '새 지침'을 비대면으로 보고 받았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후 12‧3 비상계엄을 실행할 때는 합참을 배제했다는 평가가 있다.

군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합참은 '원점타격 지시'를 내리지 못하도록 저항해 계엄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합참 관계자들은 특검 조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