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날 "국경 너머의 군사 깡패들을 철저히 억제"하기 위한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 프리덤 실드)에 대한 경고성 군사 행동으로 해석되지만,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현지 시찰도 생략하며 연합훈련 대응의 '수위 조절'에 신경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전날인 11일에 조선인민군 대연합 부대 관하 전술적 포병구분대의 사격훈련 경기가 진행됐다.
신문은 인민군 총참모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의 전투훈련 계획에 의해 진행된 이번 훈련을 통해 "현대전쟁의 양상과 발전 추이에 맞게 포 무기체계들의 효율성과 운용성을 끊임없이 고도화하는 과정에 도달한 전술적 단위 포병구분대들의 높은 전투력과 경상적인 동원 태세가 남김없이 검증됐다"라고 과시했다.
특히 "국경 너머의 군사 깡패들을 철저히 억제하고 신성한 우리 국가의 안전과 주권을 믿음직하게 수호해 나갈 우리 군대의 투철한 대적 의지를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자평했다.
전날 노광철 국방상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는 담화를 낸 데 이어 진행된 군사 훈련과 호전적 언급은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을 개시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훈련에 김정은 총비서가 불참했다는 사실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5월 29일과 지난달 23일 진행된 포 사격훈련 현장에는 모두 참석했다. 그는 지난달에는 훈련을 참관한 이후 "가장 확실한 전쟁 억제력은 가장 철저한 주적 관점"이라며 지난 2023년 12월 전원회의에서 '적대 국가'로 규정한 한국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김 총비서를 대신해 훈련을 참관했다. 리영길 총참모장을 포함한 여러 군 간부들도 현장에 나왔지만, 김 총비서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내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이번 훈련에서 방사포나 자주포, 견인포를 동원한 대규모 종합화력시험이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발사 없이 포 중 위력이 가장 낮고 사거리도 짧은 재래식 박격포 사격만 진행했다.
노광철 국방상의 지난 11일 담화에서도 북한은 과거에 비해 호전적이거나 위협성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한미의 훈련이 본격화될 때까지는 추가적인 '조정' 여부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