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은
미국발 세계 관세전쟁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 우리나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1.4%까지 더 내려갈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3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예상보다 조기에 높은 강도로 시행됐다"며 "글로벌·국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차이를 반영해 한은은 향후 관세정책 시나리오를 새로 설정하고 그 영향도 다시 평가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다른 주요 무역 적자국에는 그보다 낮은 관세를 올해 중 부과하지만, 협상 진전에 따라 2026년부터 점진적으로 관세가 인하되는 경우를 가정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작년 11월 전망 때보다 각 0.1%p, 0.2%p 낮아졌다. 한은은 이 기본 시나리오에 따라 지난달 25일 우리나라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 1.8%로 제시했다.
하지만 관세전쟁이 더 심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한국 경제 성장률도 올해 0.1%p, 내년 0.4%p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기본 시나리오상 1.5%, 1.8%였던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적자국에 관세를 높여 부과한 뒤 2026년까지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고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한은은 "대(對)미국 수출 감소, 교역 둔화에 따른 여타국 수출 감소,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국내 성장과 물가에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주요 무역 적자국에 중국보다 상당 폭 낮은 관세를 매겼다가 2026년 모든 국가에 점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0.1%p, 0.3%p씩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다른 변수들의 상황은 같은데 미국발 관세 충격이 생각보다 약하면 2025년 1.6%, 2026년 2.1% 성장이 가능한 셈이다.
한은은 미국 새 정부의 관세정책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점검했다.
트럼프 1기(2018∼2019년)의 경우 주가는 2017년에 국내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22%나 올랐다가 2018년 7월 이후 미국·중국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서 2019년 8월까지 14% 가까이 떨어졌다.
2018년 초까지 국내외 경기 개선과 글로벌 통화 긴축 기대 등으로 오르던 장기금리도 2018년 3월 이후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서 미국 관세정책이 국내 주가와 장기금리에 미칠 추가적 영향은 제한적으로 분석됐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관세정책이 국내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이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가 미리 반영돼 주가나 금리 모두 상당폭 떨어진 상태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주가의 경우 보호무역 강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크게 하락해 밸류에이션이 장기 평균을 상당폭 밑돌고 있다"며 "조선·방위산업 등 미국 신정부 정책 수혜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큰 점도 주가의 추가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금리와 관련해서도 "장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중 국고채 공급물량 확대가 예상되는 등 수급 요인도 금리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매우 크고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심도 큰 만큼 향후 미국의 관세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