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계장관회의 / 사진=기재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기재부 등 전 정부 부처에 ‘민생 경제 대응 플랜’을 본격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 수출 부진 등 내수 경제가 악화하자 3개월 긴 호흡의 비상대응전략(Contingency plan·컨틴전시 플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온 반도체특별법과 에너지 3법(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법, 해상풍력 특별법) 등에 대한 2월 내 처리를 압박해 정책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야권의 탄핵 위협에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생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1·4분기 민생 경제 대응 플랜’을 발표하며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을 본격화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 급등, 수출 부진 등 내수 경제가 크게 악화하는 상황을 매우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도 공식화했다”며 “이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자동차, 2차전지, 가전 분야 등에서 타격을 받고 있으며, 우리 주력 수출물품인 반도체, 철강 등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 겨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최 권한대행은 1분기 내에 민생 경제 관련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한시적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정부 차원에서 매주 1개 이상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선 조치를 발표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선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어 미국의 관세 조치를 점검하고 국내 기업 지원방안도 논의했다. 최 권한대행은 비상수출대책을 마련하고 미국 신정부 인사들과도 적극 소통해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여야 정치권에는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 조항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과 에너지 3법 처리를 2월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는 이유 등으로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환경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는 게 최 권한대행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도 이날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어 2월 내 관련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은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특례를 둘러싼 야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최 권한대행이 최근 실용주의 정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민생 법안 처리를 압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에서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그리고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고 하는 의견에 저도 많이 공감한다”며 법안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