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조현(왼쪽)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국무부 조약실로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AP
한미 간 관세·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공동 설명자료) 발표 시기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외교장관이 캐나다에서 만날 예정이다. 양국 외교 수장이 팩트시트 발표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개발' 문제에 관해 '원 포인트 협의'를 이룰지 주목된다.
11일 정부 관계자는 팩트시트 발표 시점과 관련해 "시기를 특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미국 내부 조율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발표가 늦다고 꼭 나쁜 시그널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2~14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초청국 장관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 회의에는 G7 멤버인 미국의 마코 루비오 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리 예정된 양자 회담이든 어떤 식으로든 양국 외교적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팩트시트를 둘러싼 미 행정부 내부 논의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미는 지난달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무대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양국 합의 문서를 지체 없이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늦어도 일주일 안으로 발표될 것이란 정부 예상과 달리 협상이 타결된 지 2주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정부는 기존 협상 내용의 중대한 이견이 발생한 게 아니라, 한국의 원잠 개발에 관한 미국 부처 간 의견 조율이 늦어지는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상무부가 '국내 건조'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한국 정부 계획과 달리 '미국 내 건조' 의견을 강하게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핵 비확산 정책을 담당하는 미 에너지부 역시 한국의 원잠 보유에 달갑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일방의 내부 조율이 길어지는 것은 한미 간 이미 합의된 사안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고 짚었다. 미 행정부 내부 이견이 클 경우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결과 문서를 내놓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발표 시점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이미 합의된 내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내 여러 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외교장관 접촉에서 이에 대한 미국 측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APEC 이후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대통령실도 최근 "구체적인 발표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다. 서두르기보다는 이미 합의된 내용을 관철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