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 사진=기획재정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명태균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14일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이른바 명태균 특검법에 국회 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그는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그 위헌성이 상당하고,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염두에 두고 명태균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미뤄왔으나 거부권 행사 시한(15일) 직전까지 한 총리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거부권 행사를 결정했다.

지난달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의결된 명태균 특검법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된 윤석열 대통령 내외 등의 불법 여론 조사, 공천 개입 의혹, 국가정책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법인 여권 전체를 겨냥한 ‘정쟁 특검법’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 내외뿐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도 명 씨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행은 이 같은 법안에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된 모든 경선과 선거, 중요 정책 결정 관련 사건 및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전부를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다”며 “수사 대상 및 범위가 너무나 불명확하고 방대하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권한대행)이 특별검사를 임명하지 않으면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 두 명을 연장자를 특검으로 자동 임명한다는 조항에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여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최 대행은 “검찰은 총 61개소를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국회의원 등 100여 명을 조사하였으며, 변호인 참여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여 이른바 ‘황금폰’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통해 다수의 파일에 대한 선별작업도 마쳤다”며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특별검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현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도 의혹 규명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다만 최 대행은 검찰에도 “명태균 관련 수사 상황에 대한 적지 않은 국민들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번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고 어떠한 성역도 없이 관련 의혹들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여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대행이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간다. 재적 의원 과반이 참석한 재의결 표결에서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재의결에 찬성하면 명태균 특검법은 정부 심의 없이 법률로 확정되지만, 찬성표가 출석 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하면 폐기된다.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 횟수는 8번으로 늘어나게 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윤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보다도 많은 횟수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25회, 한 총리는 권한대행 시절 6회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은 13일 의결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