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기로 했다. 금액 중심의 상속세를 사람을 기준으로 바꾼 것으로, 받은 만큼 세금을 부담해 과세형평을 높이고 공제 실효성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상속세 과세 체계 개편 방안을 보면 공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괄공제는 폐지하는 대신 인적공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상속세는 상속받는 사람이 몇 명이든 사망자의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과세 금액을 결정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자녀 1명이 10억원의 재산을 물려받은 가구와 자녀 5명이 50억원을 10억원씩 나눠 받는 가구가 있다면 후자가 훨씬 많은 상속세를 내게 되는데, 그간 '상속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게 형평에 맞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개편방안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75년간 이어온 과세의 틀이 완전히 바뀐다. 자녀 공제가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현재 상속세는 △기초공제(2억원)와 자녀 공제 등을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5억원) 둘 중 큰 금액을 공제한다. 자녀가 무려 6명이어야 일괄공제와 금액이 같아져, 사실상 자녀 공제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녀가 2명만 돼도 공제 한도가 두 배로 늘고,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세는 더욱 효과적으로 줄어든다. 또한 배우자가 상속을 받는 경우 10억원까지는 전액 공제하기로 했다. 10억원을 초과분은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받은 경우에 최대 3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사전증여재산 규정도 손본다. 현행 규정은 사망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합산하게 돼 있다. 그런데 기부처럼 제삼자에 한 증여도 포함돼 있었다. 받지도 않은 재산에 상속인이 세금을 내야 했다는 뜻이다. 받은 만큼만 내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라 앞으로 제삼자 증여분은 과세하지 않는다.
정부는 상속세 부담은 대체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속세 부과 대상 중 실제 상속세를 내는 비중도 절반으로 줄고, 전체 상속세수 또한 연간 2조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내는 나라는 24개국이다. 이중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을 택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한국의 상속세율이 높은 편이다.
나아가 한편 부의 대물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등장하고, 상속세의 과세 대상이 서울에 집을 보유한 중산층까지 확산하면서 과도한 상속세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