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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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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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4분기 HBM(고대역폭메모리) 큰 손인 엔비디아에 HBM 공급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위기론' 타파에 나섰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제품 품질 검증)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참고 자료를 통해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용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인정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수요는 엔비디아(58%), 구글(18%), AMD(8%), AWS(5%) 등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HBM3E 8단 및 12단 제품 양산을 시작해 AMD 등 고객사에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는 납품을 하지 못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HBM3E 제품을 올 3분기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으나,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HBM3E 매출 비중은 3분기 10% 초중반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는 4분기에는 HBM3E 비중이 전체 HBM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에 공급하게 될 HBM 매출까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를 겨냥한 개선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김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내 해당 제품의 양산화를 위해 고객사와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HBM3E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용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용으로 추가 판매해 수요 대응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6세대 제품인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HBM4의 경우 고객 요구에 맞춰 다양한 패키징 형태로 공급될 전망이다. 이전까지 범용 제품으로 공급했던 것과 달리 각각의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맞춤형으로 넣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4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맞춤형 HBM을 위해서는 로직 다이 생산에 파운드리 공정 추가가 필수다.
로직 다이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부품이다. 프로세서 등 다른 칩과 전기 신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다이를 만들 때 파운드리의 초미세 공정을 활용하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 직접 다이를 만들었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 업체와 손을 잡는 이유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올해 4월 TSMC와 차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손을 잡은 바 있다.
이날 김 부사장은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경쟁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삼성파운드리의 실적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3분기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가 1조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이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HBM4 시장 선점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엔비디아가 내년 4분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GPU '루빈'에는 HBM4 8개, 2027년 출시할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탑재된다. 기존 블랙웰의 HBM3E보다 더 많은 양의 HBM4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로 뒤처진 삼성전자가 HBM4 시장에서 승기만 잡는다면 반전이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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