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국 베이징(北京) 열병식 이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공군 창설 80주년 행사에서 3개월여 만에 재등장했다. 북한이 주애의 노출 빈도를 조절해가며 사실상 후계자의 지위를 공식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신문은 30일 “조선인민군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행사가 11월 28일 제2공군사단 59길영조영웅연대 갈마비행장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행사장엔 김 위원장뿐 아니라 주애도 아버지와 같은 가죽재킷 차림에 선글라스를 참석한 채로 모습을 비췄다. 주애가 공식석상에 등장한 건 지난 9월 3일 중국 열병식 참석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주애는 이날 아버지와 별도로 장교들의 경례를 받기도 했다(사진). 주애가 김 위원장 없이 단독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애의 잠행과 재등장은 북한의 전형적인 ‘후계자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후계자의 노출 빈도를 조절해가며 후계자로서의 카리스마와 신비감을 북한 대중에 심어왔다. 김정은 위원장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같은 작업을 거쳤다. 다만, 선글라스를 벗은 주애의 얼굴이 과거와 다소 달라진 점 때문에 성형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고심하는 모양새다. 1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약 2개월에 걸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토론을 통해 △평화 공존의 제도화 △공동 성장 기반 구축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를 3대 대북정책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꺼리는 비핵화 표현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넣고 북핵 문제와 관련한 정책을 맨 뒤에 배치했다. 교류(Exchange)와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를 거쳐 비핵화(Denuclearization)로 향하겠다는 ‘END 이니셔티브’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도 응답이 없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의 여러 유화 제스처에도 ‘통미봉남’(미국과 소통하되 남측과는 상대하지 않음)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이려면 “비핵화 의제로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레드라인’을 어떤 방식으로든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이 같은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통령실은 좀 더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북정책 목표와 관련한) 연설문을 준비하고 있는 건 맞지만, 2일 발표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아직 발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