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수출이 K-푸드의 확산과 함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며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대 시장인 일본은 현지 업체 경쟁과 환율 요인 등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편중과 성장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속가능한 확장을 위해선 현지화 제품 강화와 유통망 확충, 규제 대응 등이 필요할 전망이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김치 수출액은 10월 기준 1억3739만달러(약 202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3468만달러)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치 수출 규모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수출액 1억6357만달러(약 2410억원)를 다시 한번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김치 수출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성장세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수출액이 2년 새 60% 이상 늘어날 정도로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으로 김치 수출이 늘어난 기저에는 K-콘텐츠가 있다. K-콘텐츠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CJ제일제당 '비비고'와 대상 '종가' 등 주요 업체들이 현지에 생산·가공 거점을 확보하고, 코스트코·월마트 등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해 접근성을 끌어올린 것이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매운맛을 낮춘 제품 등 현지화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도 미국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성장률 측면에선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 김치가 성장하는 이유는 미국과는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 유럽에선 이미 사우어크라우트 등 발효식품이 친숙한데, 여기에 김치가 새로운 옵션으로 들어가면서 장 건강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육류 소비를 줄이는 흐름 속에서 김치가 채소 기반 재료로 비건·채식 레스토랑, 샌드위치·버거 체인 등에서 응용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유럽은 규제·표기 기준이 까다롭고, 국가별 기호도 다양해 단기간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건강한 발효식품으로 포지셔닝이 확실해질수록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요기반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최대 수출국인 일본시장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8012만달러(약 1200억원) 수준이던 일본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5402만달러(약 800억원)로 3년 새 30% 이상 줄었고, 올해도 지난해 수준이 예상된다. 일본 수출 감소 배경에는 강력해진 일본 로컬 김치(기무치) 업체가 있다. 일본에는 이미 맛·식감·원재료를 현지 입맛에 맞춘 로컬 김치 브랜드들이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더 달고 덜 매운 맛, 낫토 등을 넣은 퓨전 김치까지 등장해 일본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수입김치를 선택할 유인이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수년간 이어진 엔저로 일본의 수입 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며 경쟁력이 약화했고, 김치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