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융합연구본부 책임연구원

"한국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에 숙성시킨 위스키와 소주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김태완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융합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우리 참나무 목통에서 숙성시킨 숙성주의 품질이 외국의 숙성주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숙성은 많은 것들에 가치를 부여한다"며 "K-오크통은 우리 주류 산업에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여러 파급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대한민국 1호 증류주 박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일찍이 주류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에게 술은 단순히 마시고 즐기는 유흥의 대상을 넘어 인류의 여러 학문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매개체였다. 그는 "술의 증류기가 석유공학으로 넘어가 석유를 분별 증류하는 시스템으로 개발이 됐고,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파스퇴르의 연구도 와인의 효모 발효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술에 대해 더욱 전문적인 공부가 하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위스키의 본산인 스코틀랜드의 헤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에서 증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연구원이 귀국해 처음으로 입사한 곳은 두산주류(現 롯데칠성음료)였다. 그곳에서 김 연구원이 처음 개발을 담당한 것이 바로 '처음처럼'이었다. 그는 "원료를 비롯해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 연구부터 제품화까지 공력을 다한 제품인 만큼 재미도 있었고, 자식 같은 마음이 있다"며 "여전히 소주는 처음처럼만 마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증류식 소주 '대장부'와 맥주 '클라우드'의 설계 등을 담당했던 그가 현재의 한국식품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건 2012년이었다. 당시 한국식품연구원은 증류주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할 인력을 구하고 있었는데, 김 연구원이 적임자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국내에는 증류주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없었고, 기업에서도 단순 공정 연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저한테까지 기회가 온 것 같다"며 "우리 주류 산업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이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품산업에서 숙성은 트렌드를 넘어 뚜렷한 기조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를 추구한다면 숙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술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술이라도 숙성을 거친 제품은 비숙성 제품보다 훨씬 높은 시장가치를 인정받는다.

한국식품연구원 전통식품연구단도 2018년부터 '전통 증류주 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 연구원이 주도한 해당 연구과제는 균주와 증류기 그리고 숙성재의 국산화와 고도화를 통해 우리 술을 다양화·고급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가운데 세 번째 주제인 숙성재 연구는 우리 산림자원의 활용에 대한 고민과 더해져 산림청과 함께 진행됐다. 세계 4대 산림 강국인 한국의 자생 참나무를 활용한 목통 개발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황폐해진 산림을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녹지화한 만큼 정부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산림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면서 "한국식 목통개발이 가능하다면 한국 주류 발전은 물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