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3년 한 해를 되돌아 보며

김지훈기자 승인 2023.12.16 14:02 | 최종 수정 2024.01.04 17:07 의견 0
제주 석양 노을 / 사진=Pixabay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연말이 되면 의례 내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어려운 사람은 없는지 살피게 된다.

올 한해를 되돌아 보니, '검은토끼의 해'여서 인지 유난히 가슴아픈 일과 사건 사고가 많았던 것 같다.

3월에는 이른바 40대 여성을 납치하고 암매장한 '강남 납치·살해' 사건이 일어났고, 무더위가 시작된 7월엔 서울 신림역에서 8월엔 성남시 분당 서현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또 같은달엔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의 2년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벌어졌다. 1학년 담임을 맡으며 학부모 민원에 지속해서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교사들은 7월 2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서울 광화문, 국회 앞에서 11차례 토요 집회를 열고, 교권 회복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교권 회복 운동 끝에 교사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교권 보호 4법'이 9월 국회를 통과했고, 교권 침해 배경 중 하나라는 지적을 받아온 학생인권조례는 일부 교육청이 폐지나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7월 15일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소재 미호강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인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사망했다.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쌓은 시공사와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행복청, 사고 발생 전 수많은 하천 범람 위험 신호를 외면한 충북도와 청주시 등 관련 기관의 '안일한 태도'가 사고 배경으로 지목됐다.

음주운전 사고도 잇따랐다. 4월 8일 대전 서구 둔산동 한 스쿨존에서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초등생 4명이 다쳤고, 이 중 배승아(9) 양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온국민이 애도했고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외쳤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너무나 많이 생겼던 한 해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어떻게 해야 이런 사건 사고들을 줄일 수 있을까?

노성훈 경찰대 교수는 "사회 적응에 실패한 좌절감과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사회에 대한 불만이 폭력으로 분출된 사건들"이라며 "사회적 취약계층이 불만이나 차별 의식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복지체계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범죄 고위험군을 ▲사회적 외톨이 ▲재소자·출소자 ▲실직자·파산자·범죄피해자 등으로 분류해 대상별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실직자·파산자·범죄피해자 등 기타 고위험군 관리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실직자나 파산자에게는 재취업이나 회생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범죄 피해자에게는 심리치료와 피해구제 등 다각도의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 전반의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단체나 개인이 하기 보다는 국가가 나서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일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에 대한 인식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35위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OECD 주요국의 공공사회복지 지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OECD 평균(20.0%) 이하인 12.2%(2019년 기준)로 집계됐다. OECD 가입 심사 중인 코스타리카를 포함한 38개 회원국 중 35번째로 낮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멕시코, 칠레, 터키 등 3곳에 그쳤다.

회원국 중에서는 프랑스의 GDP 대비 지출 비율(31%)이 가장 높았다. 이어 핀란드·벨기에(29%), 덴마크·이탈리아(28%), 오스트리아(27%), 독일(26%)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OECD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노인, 가족, 근로무능력자, 보건, 실업 등 9개 분야에 대한 공적 지출을 의미한다.

물론 복지에 지출하는 국가예산을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다.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 K-POP K-드라마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치안, 대중교통시설, 화장실 같은 위생시설, 국민들의 질서의식 등을 보며 놀라움과 함께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정(情)의 문화'가 있는 나라다. 정은 ‘깊이 맺힌 따뜻한 마음과 애정’을 의미한다. 대인 관계를 평가할 때 한국인들은 서로에 대한 정의 정도에 따라 판단한다. 간단히 말해, 정은 한국 문화에서 모든 관계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따뜻한 정의 문화를 바탕으로 정부가 조금만 더 사회 전반의 취약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체계적인 복지정책을 펼친다면, 가슴아프고 나쁜 사건사고를 줄여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오는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라고 한다. 새해엔 우리 사회에 즐겁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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