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의 요리에는 K할머니 '냄비밥'이 있다

김제균기자 승인 2025.01.08 11:40 의견 0
에드워드 리 / 사진=위즈덤하우스

"내 머릿속 깊은 곳엔 밥은 기적과 같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 우리의 조지루시 밥솥은 매일 조용히 순종적으로 하얀 김을 내뿜었다."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의 준우승자인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52·한국명 이균)에게 밥은 특별하다. "따뜻한 전분 덩어리가 선사하는 편안한 감각"은 그를 40여 년 전 뉴욕 브루클린의 창문 하나 없는 자그마한 부엌에서 요리하던 할머니의 밥상 앞으로 순식간에 데려간다.

그의 첫 요리책도 할머니의 밥상으로 시작한다. 할머니가 만들던 누룽지가 깔린 구수한 냄비밥 소개로 시작하는 '스모크&피클스'(Smoke&Pickles)가 8일 국내 첫 번역 출간된다. 책은 2013년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에드워드 리는 출간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7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린 시절 미역국, 죽, 깍두기, 된장찌개 같은 단순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요리를 먹었다"며 "지금 제 요리에는 어린 시절 먹은 한국 음식의 맛이 다 들어가 있고, 요리에 대한 저의 아이디어와 철학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요리책이지만 레시피보다 그만의 요리 경험과 철학이 담긴 수필집에 가깝다. 예를 들면 한국계 이민 가정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양고기 자이로(고기를 마늘로 양념해 빵에 얹어 먹는 그리스식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주말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의류공장에서 여덟 블록이나 떨어진 곳까지 누나와 걸어가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다 야바위꾼에게 낚여 점심값을 날린 어린 시절의 추억은 '양고기 베이컨을 넣은 시금치 샐러드'를 통해 소환된다. 책에는 그의 추억을 맛볼 수 있게 레시피가 곁들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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